쓸모없는 것들을 쓸모 있게 “쓸모아프로젝트”
방금까지 사용했다가도 버려지는 물건들, 골목에서 살아오며 겹겹이 쌓여온 기억들 지나고 나면 잊히기 마련인 것들을 모아 모아 쓸모 있고 때깔 나게 하는 쓸모아 프로젝트
우리 스스로 지속가능한 마을 환경을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쓸모아의 생각은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지난 2016년부터 시작한 발산마을 샘몰경로당 어르신들의 행복장학금 모으기 활동에서 부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까지도 어르신들께서는 마을에서 나오는 공병(소주병/맥주병)과 캔을 자발적으로 수거하여 판매한 돈으로 마을 내 장학금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행복장학금’이라는 명칭으로 장학금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뜻 깊은 활동에 저희 청년들도 동참하기 위해 올바른 분리수거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많은 주민들이 쓰레기와 재활용품을 함부로 내다 버려 어르신들께서 어지럽혀진 쓰레기장을 다시 정리하다 다치시는 등의 어려움을 매번 겪고 계시다는 것을 골목이웃회 모임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마을 청년들은 ‘쓸모아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가 무심코 버리는 것들에 대해서 다시 쓸모를 찾아주는 방법을 알리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행복장학금 활동을 통해 시작된 ‘쓸모아 프로젝트’는 유형의 마을 자원에서 무형의 마을 자원까지도 쓸모를 찾아주고자 했습니다.
무형의 자원은 마을 골목에 쌓인 이야기를 수집하여 청년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할매 이야기카드’로 만들어 텀블벅 사이트를 통해 펀딩을 진행했고,오래된 부엌의 이야기를 수집하여 ‘할매 부엌’ 상품으로 개발하여 우리의 생활문화를 알리고자 했습니다.
유형의 자원(공병, 캔)은 ‘행복장학금BOX’를 제작하여 마을 주민들에게 배포하여 공병과 캔은 마을 분리수거장이 아닌 경로당으로 배출하도록 안내해드렸습니다.
행복장학금 활동을 하면서 평소에는 분리수거장에 버렸던 것들이 경로당에 모여 돈으로 환전이 되고 마을 장학금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마을에 버려지는 다른 자원들도 마을에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런 의문에서 시작하여 골목이웃회 모임에서는 자원 활동에 대한 특강을 듣기로 했고 광주광역시에서 활동하는 ‘카페라떼 클럽’의 우유팩 수거 이야기와 플라스틱방앗간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환경연합’의 활동이야기를 특강으로 듣게 되었습니다. 이를 기점으로 마을에서 우유팩과 플라스틱병뚜껑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자원 순환 특강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주제로 참여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마을의 고인영 어르신(86세)께서는 발산마을 안에서 주로 생활을 하다 보니 세상 이야기를 알기가 어려웠다며 우유팩이 이렇게 화장지로 만들어지는지 이제 알았다고 하셨습니다. 다른 분들 역시 새로운 것을 알게 되어 너무 재밌고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고인영 어르신은 마을을 돌아다니며 모든 우유팩을 모아 세척해 오시면서 소식을 나누고 있습니다.
서울환경연합 특강을 듣던 날 둥지클럽 모집 마지막 날이라는 소식도 함께 들었습니다. 이에 둥지클럽을 신청해서 마을에서 모이는 플라스틱병뚜껑을 모아보기로 했습니다!
청춘발산협동조합 x 둥지클럽
또한 플라스틱방앗간 특강을 듣고 나서 프레셔스 플라스틱 캠페인에 대해 청년들은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개별적으로 이 프로젝트에 대해서 유튜브 영상, 인스타그램 등의 활동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우리가 이걸 지역에서 직접 해볼 수는 없을까?’, ‘막연한 자원순환 활동에서 좀 더 눈에 보이고 명확한 활동을 해보고 싶다’, ‘이런 활동을 통해 우리 마을에서 더 많이 소통하고 마을을 활성화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서로 커지게 되면서 프레셔스 플라스틱 광주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효율적인 수거방안을 만들기 위해서 먼저 병뚜껑을 색별로 분류할 수 있는 수거함이 필요했습니다. 수거함을 설치하려니 이름도 지어주기로 했습니다. 여러 고민 끝에 플라스틱 병뚜껑들이 여기저기서 모이는 모습을 상상했고 병뚜껑이 각자의 색을 찾아 정차하는 이미지의 ‘플라스틱 정류장’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수거함을 제작했습니다. 다행히 사무실 앞쪽 데크공간에 지붕이 있어서 설치를 할 수 있었고 간단한 설명도 적어서 붙여주었습니다. 행복장학금을 수거하는 작은 박스도 만들어서 옆에 함께 조성을 했습니다. 초기 플라스틱 정류장 수거함 제작은 주민제안사업으로 공모를 통해 구의 지원을 받아서 조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플라스틱병뚜껑을 모아오는 주민들에게 ‘이것이 정말 자원이 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쓸모아 쿠폰’을 발행했고 쿠폰을 다 찍으면 커피를 한 잔씩 드렸습니다.
이렇게 병뚜껑을 모으다 보니 생각보다 광주-전남지역에서도 플라스틱병뚜껑 모으는 활동을 많이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플라스틱 병뚜껑을 수거해서 실제로 사용가능한 용품으로 다시 만드는 곳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마을에서 지역의 거점 공간이 되어서 지역에서 나오는 플라스틱을 지역에서 다시 생산해보고 싶어졌습니다.
2020년 서울환경연합 특강을 듣고 1년의 준비기간을 가졌습니다. 프레셔스플라스틱 장비에 대한 컨설팅 및 답사를 진행했고 우여곡절 끝에 공간을 만들고 분쇄기, 사출기 설비를 갖추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병뚜껑을 수거하고 상품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플라스틱 정류장 작업 공간까지 생기게 되니 조금 더 체계적인 수거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프레셔스 플라스틱 캠페인의 시스템을 좀 더 공부하고 연구하는 스터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이를 통해서 ‘프레셔스 플라스틱 광주’로 다시 시작해보자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로고 개발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플라스틱정류장 포스터 및 쿠폰도 새로운 로고를 반영하여 정비했습니다.
플라스틱정류장 쿠폰
쿠폰을 제작하는 데 있어서는 알맹상점을 참고했습니다. 이미 수거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알맹상점을 직접 가보고 알맹상점에서 제공하는 쿠폰도 참고하면서 기준을 잡고 제작을 했습니다. 공간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도 다른 곳에서 이미 하고 있는 공간을 참고해 가능한 부분들을 적용했습니다.
설비를 갖추고 쿠폰으로 활동을 홍보하면서 본격적으로 플라스틱 정류장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자원순환 특강을 해주셨던 카페라떼클럽 왕꽃님 선생님께서 저희 공간에 대해 홍보도 많이 해주시고 관심 있는 사람들이나 기관들에게 소개도 해주시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간을 방문하고 또 수거에 참여해주셨습니다.
이공카페와도 연계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공카페에서 수거하고 있는 플라스틱 병뚜껑을 저희 플라스틱정류장으로 모아주십니다.
이공카페를 시작으로 제로웨이스트샵에서도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특히 광주나 전남지역에서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전라남도 나주에서 제로웨이스트샵을 운영하고 있는 지구상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지구상점에서 모은 플라스틱 병뚜껑을 플라스틱 정류장으로 가져다 주셨고 나주 지구상점과는 플라스틱 정류장 쿠폰과 리워드 상품 제공을 연계하기로 했습니다.
나주 지구상점 플라스틱병뚜껑 연계
그러던 중 광주에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진행되는 ‘플라스틱 사출 워크숍’에 청춘발산협동조합도 참여를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저희가 구매한 장비를 제작한 곳에서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어서 워크숍 기간 동안 장비 사용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관계자분들과도 애기를 나누면서 광주에서 청춘발산협동조합이 ‘프레셔스 플라스틱’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다음에 진행되는 프레셔스 플라스틱 워크숍과 상품개발을 함께 진행하자는 제안을 했고 청춘발산협동조합은 이후 열린 프레셔스 플라스틱 워크숍에 기획 운영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광주에도 플라스틱 병뚜껑을 수거하고 직접 사출해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홍보가 필요할지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플라스틱 업사이클에 대해 알게 하고 작게나마 참여를 해볼 수 있을까’란 생각으로 홍보기획을 시작했습니다. 청춘발산협동조합이 운영하고 있는 공간은 사람들의 접근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이에 움직이는 플라스틱 정류장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우리가 찾아가 보자라는 기획이 나왔고 그렇다면 플라스틱 정류장을 오가는 ‘쓸모버스’를 운행해보기로 했습니다.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플라스틱 병뚜껑들이 곳곳에 정차하는 쓸모버스에 탑승해 플라스틱 정류장에 모이고 이곳에서 새로운 물건으로 환승해서 다시 곳곳에 사용되는 물건으로 바뀌는 이미지를 상상하면서 쓸모버스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쓸모버스는 장소, 시간, 리워드 상품을 고르고 몇 가지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폼을 만들어서 사전 접수를 받았고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로 쓸모버스를 움직여 진행했습니다.
쓸모버스 카드뉴스
쓸모버스 운영 사진
2022년 4월 한 달간 총 9군데로 쓸모버스가 운행되었고 팝업 플라스틱 정류장을 운영했습니다. 또한 아시아문화전당재단과 함께하는 “이번 정류장은 플라스틱정류장입니다” 워크숍 참여와 연결할 수 있는 사후 이벤트 및 프로그램 현장이벤트도 추가로 진행해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행사장에 ‘자원환전소’를 운영해 많은 사람들이 직접 자원을 수거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연계하였습니다.
이렇게 사전 수거 프로그램을 통해 모아진 플라스틱 병뚜껑을 워크숍 체험에 활용하기로 했고 워크숍 진행일에는 쓸모버스가 행사장에 정차하여 수거 프로그램을 이어서 진행했습니다.
2022년도 5월 "이번 정류장은 플라스틱정류장입니다" 워크숍
지역의 여러 수거거점들과도 연계하게 되었습니다. 광주지역에 자활센터, 공유센터 등과 연계해 수거를 진행했습니다. 마을 단위나 지역 단위의 수거거점에서 투명페트병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플라스틱 뚜껑은 필요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플라스틱 뚜껑은 플라스틱 정류장으로 보내도록 연계하는 일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정류장이 위치한 광주서구에 있는 슈퍼빈의 네프론과도 연계하여 네프론에 모인 투명패트병의 뚜껑은 플라스틱정류장으로 수거되고 있습니다.
사후 이벤트 및 현장 이벤트 연계
자원환전소 운영
정리해보면, 수거대상은 시민들, 지역의 자원순환거점공간, 슈퍼빈 네프론, 제로웨이스트샵, 공공기관 등이 있습니다. 이번 수거에 참여한 시민들 중에는 지역에서 모인 자원을 서울로 택배를 보내는 것이 또 다른 자원을 낭비하는 일인 것 같아서 집에서 모아 가지고만 있었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자원순환거점공간이나 슈퍼빈 등과 협업하면서 자원을 정말 순환하는 것을 지역에서도 볼 수 있게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지역의 지원기관 등에서도 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시도해보려는 노력의 움직임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공공기관에서는 워크숍이나 교육 프로그램과 연계하면서 임직원들이 수거를 함께 하는 형식이 많았는데 이를 통해 지역사회 홍보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플라스틱 병뚜껑 수거를 마을에서 광주·전남으로 확대해서 진행하다보니 이제는 병뚜껑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세척하고 색별로 분류하는 일이 엄청 큰 일이 되었습니다. 하나씩 하나씩 알아가고 만들어 갈 때마다 새로운 고민의 연속이었습니다.
일손이 부족하여 고민 끝에 ‘마을에 어르신들과 함께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플라스틱 병뚜껑을 세척하고 건조하고 색을 분류하는 일은 그렇게 힘이 많이 드는 일은 아니어서 어르신들도 충분히 하실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되었고 ‘발산마을 자원관리데이’를 만들어 참여자를 모집하고 운영했습니다. 우리는 꼼꼼하게 병뚜껑을 세척하고 분류할 수 있고 어르신들은 소일거리를 통해 수익이 창출되니 서로 좋은 시작이 되었습니다.
자원관리데이
수거 – 세척 – 분류된 병뚜껑들은 마을 굿즈나 기업, 기관들과 상품개발로 사용이 됩니다. 마을 굿즈로 열쇠고리와 치약짜개를 개발했습니다. 발산마을의 모습을 담은 열쇠고리, 발산마을 할매캐릭터로 만든 발산할매, 마을의 오래된 패턴을 활용한 청춘발산, 이웃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본 따 별의별 이웃의 모양을 만들어 D.I.Y.로 조합할 수 있는 상품 등을 개발했습니다. 발산마을에 길냥이들이 많이 있어서 고양이 치약짜개도 제작하고 있습니다.
발산마을 이야기가 담긴 열쇠고리
또한 “이번 정류장은 플라스틱 정류장입니다” 워크숍 자원환전소에서 모인 병뚜껑으로는 아시아문화전당재단과 함께 ‘마이페트팟’이라는 미니화분+가드닝 상품을 제작했습니다.
마이페트팟 로고
또한 플라스틱 병뚜껑을 만드는 과정에서 불량이 난 병뚜껑을 활용하여 기업의 캐릭터 열쇠고리를 만드는 작업들로 활용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학교와 기관이 플라스틱 정류장을 찾아주셨습니다. 플라스틱 정류장을 통해 실제로 우리 지역에서 플라스틱 수거 및 재활용 과정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질문도 하고 고민하는 이야기도 함께 나눠주면서 좋은 영향력이 생긴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쓸모버스 캠페인은 107명이 참여하여 10,293개의 병뚜껑을 수집하였고 “이번 정류장은 플라스틱정류장입니다” 자원환전소에서는 99명이 참여하여 3,742개를 수집하였습니다. 플라스틱 정류장 공간에서는 매월 쌀 포대로 5포대 정도씩 모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