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은 불편하다.
6년 전 배낭여행을 하며 물건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로 그 누구보다 일회용품 사용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쓰던 때가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쓰레기를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되었다. 아마도 여행하며 우연히 마주쳤던 사막 위의 쓰레기 더미를 봤을 때의 충격 때문이 아닐까 싶다.
팔레스타인을 횡단하는 도보여행 중 방향을 잃고 방황한 적이 있다. 길을 잃었다고 생각하니 조급해졌고, 사람이 있는 곳으로 빨리 가고 싶었다. 멀리서 보이는 연기를 향해 걸었다.사람이 있으니 연기도 나겠거니 하고…. 막상 도착한 곳에는 사람은 없고, 산처럼 쌓인 쓰레기 더미가 등장했다.
사람 한 명 살지 않는 척박한 땅 한가운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색 덩어리들이 햇볕에 조금씩 타고 있었다. 해는 지고 있었고, 온 길을 다시 돌아갈 엄두는 나지 않아서, 그 자리에 앉아 하염없이 쓰레기를 버리러 오는 사람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소리와 함께, 이상하고 기분 나쁜 냄새, 그리고 너무 고요하고 아무도 없는 그 이상한 광경이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다.
깨끗하고 화려한 플라스틱 포장재들은 상품의 가치를 잃고 나서부터는 쓰레기가 되어, 사람들에게 외면 받는다. 특히나 일회용품의 경우 한 번만 쓰고 버리기에는 물건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지나치게 수고롭고 아깝다. 아무도 볼 수 없는 곳에 처박히고, 쓰레기 산이 되어버린 장면을 목격한 후부터는 물건을 살 때, 먹을 때, 버릴 때 쓰레기들이 떠올라 마음이 너무 불편하다.
세월이 흘러 변하고 사라지는 것이 당연한 생태계에서 변치 않고, 영원히 지속하는 존재는 괴기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에게는 플라스틱이 그렇다. 필요할 때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게 당연한 시대…. 사실은 굉장히 비위생적이고 불편한 소비재라는 것을 알아버리고 난 후부터는 쓰기에도 불편하고, 버리기에는 더 거추장스러운 물건이 되었다.
내 손을 떠나 좋은 곳으로 가서 아예 없어져 버리면 좋으련만, 쓰임새를 다해서 쓰레기통에 버려진 플라스틱, 비닐이라는 것들은 내가 죽을 때까지도 그 모습 그대로 끔찍하게 존재한다.일회용품과 플라스틱의 대항마로 재활용이 아닌 재사용을 권장한다. 내 발과 꼭 맞는 신발 한 켤레는 10년 넘게 잘 관리하며 신고 있고, 땀으로 범벅이 되고 색이 바랬지만 그것대로 멋있다고 쓰고 다니는 모자는 나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내 생활패턴에 맞춰 구매한 텀블러는 앞으로도 몇 십 년 동안 몇 백 개의 일회용 컵을 대신하게 될 것이다.
나에게 맞춰 구매한 다회용 물건들은 충동적으로 산 싸구려 일회용 모자와 한번 쓰고 불편해서 더 이상 신지 않는 단회성 슬리퍼와는 격이 다른 시간을 보낸다.
쓰레기 없이 소비하지 않고 알아서 자연인처럼 살 수 있으면 정말 좋겠지만, 내가 먹고 사는 곳은 자급자족이 굉장히 어려운 ‘인천’이라는 도시이며, 나 자신도 자급자족할 만큼 부지런하지 않다.
어떻게 하면 소비하면서도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알게 된 게 ‘제로웨이스트샵’이었다. 포장 없는 물건들을 판매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용기를 여러 번 재사용할 수 있으며, 소비자의 입장에서 쓰레기를 거절할 권리를 알려주고 보장하는 가게. 하지만 그런 종류의 가게는 대중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인천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름대로의 해결법으로 내가 필요한 그 가게를 기다리기보다 직접 차렸다.
인천 구월동에 위치한 소중한모든것 외관 (2021년)
인천 구월동 소중한모든것 내부 (2022년)
제로웨이스트샵 <소중한모든것>은 “번거롭지만 괜찮아” 라는 슬로건으로 인천 구월동에 자리 잡았다. 쓰레기를 줄이는 가게의 이미지는 소비자들에게는 생소하기도 하고 불편감을 주기도 했으며, 번거로움의 연속이었지만, 다행히도 불평보다는 환영받았다.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며, 쓰레기 문제가 눈덩이처럼 커졌고, 사람들도 마스크, 마스크 포장지, 택배 쓰레기 등 일상에서 타격을 받으며 쓰레기를 줄이고자 하는 필요성이 커진 것도 한 몫했다.
쓰레기를 줄이는 게 힘들다면, 먼저 제대로 버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가게가 되고 싶었다. 쓰레기를 달리 볼 수 있는 시선을 갖게 하기 위해서, 버려지는 것들을 쓰레기가 아닌 자원이라고 불렀다. 자원순환코너는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된 분리배출의 중요성을 알리고, 과정을 이해하도록 직관적으로 시각적인 효과와 더불어 실천과 경험을 동시에 선사한다.
포장재들, 사용이 끝난 껍데기들을 ‘노력’을 들여서 자원으로 만들어 ‘포인트’로 전환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의외로 사람들은 리워드인 포인트보다는 노력을 들이는 그 행위 자체에 더 매력을 느꼈다. 그렇지 않아도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마음이 불편했다는 소감부터, 이제껏 분리 배출해도 제대로 재활용되는지 의심쩍었는데 정말 감사하다는 후기까지 꽤나 다양한 반응이 있었다.
3개월 정도 시범적으로 시작한 자원순환코너는 2년 넘게 지속되고 있으며, 자원순환 품목은 나날이 늘고 있다.
2년여 정도 자원순환코너를 운영하며 제로웨이스트 샵을 지키다보니, 모이는 자원을 활용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기존에도 훌륭한 플라스틱 업사이클 제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내 생활에서 자주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계속 찾아보니, 직접 제작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가능성을 검토하게 되었다.
모아진 자원 활용처를 찾다보니 바로 근처에서 플라스틱 업사이클 제품 생산을 직접보고 사출기도 체험해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려견 3마리와 살고 있는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제품은 산책 시 손을 편하게 해줄 수 있는 풉백 키링이었다. 아이디어를 가지고‘큐네스글로벌’이라는 업체에 의뢰해 바로 제품 제작을 시도했다.
‘아끼링’이라는 초기제품은 설비시설 없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사출기 업체의 도움을 받아 생산할 수 있었다. 매장에서 모이는 병뚜껑은 주로 큐네스글로벌에 보내게 되었고, 그곳에서 분쇄된 병뚜껑 플라스틱 펠릿으로 아끼링을 제작했다.
아끼링 제작/생산을 기반으로 새활용지원사업에 지원해 선정되어 현재는 작업공간에 설비를 마련하여 직접 생산하고 있다. 플라스틱 업사이클 제품을 제작하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아이디어를 드리며, 제품 생산까지 함께 고민하는 업체로 성장 중이다.
공간 구성 과정 | |
2020.06 | 소중한모든것 오픈 |
2020.09 | 환경 워크샵 시작 _ 샴푸바 만들기, 고체치약 만들기 |
2020.10 | 자원순환코너 시작 |
2020.11 | 브리타 어택 참여_ 수거거점 |
2021.03 | 화장품 어택 참여_ 수거거점 플라스틱방앗간 수거 공간 등록 |
2021.04 | 멸균팩, 종이팩의 위기탈출 캠페인 [멸.종.위기 캠페인]_ 실무진, 수거거점 |
2021.05 | 인천광역시 티끌 플라스틱 캠페인 [PLEX ZERO] 참여_수거거점 로우리트 콜렉티브 엠버서더 등록 _ 수거거점 |
2021.06 | 나홀로캠페인 [빵집 우유팩 카운팅] _ 기획 |
2021.07 | 재질별 플라스틱 모으기 [업사이어티]_수거거점 꽁초어택 참여 및 시가랩 배포 |
2021.08 | [쓸킷] 양파망, 크레파스 수거거점 등록 |
2021.09-11 | 인천 모래내전통시장 친환경 캠페인 [모래내, 용기내!]_기획, 진행 |
2021.12 | 메리종이팩크리스마스 [종이팩 기자회견]_ 참여, 사회 |
2022.01 | 플라스틱 업사이클 자체제작 [아끼링] _ 기획, 제작 |
2022.03 | 새활용지원사업 성장분야 선정 [아끼링 ver2] [Earth player] _기획, 제작 |
2022.04 | 플라스틱 소형 사출기 구매 |
2022.05 | <제로웨이스트 베이스캠프 소중한모든것 >으로 공간 이전 이벤트_꽁초수배 진행 & 플라스틱 사출 체험 |
2022.06 | 인천 찐환경러프로젝트_인천문화재단 후원 인천의 꽁줍러들 & 인천의 컵피커들 |
‘모아상자’는 병뚜껑 모으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단체와 기관, 회사들에게 제공할 목적으로 준비중이다. 모아상자는 폐목재를 업사이클하는 기업에게 인계받아 활용할 계획이며 분리배출 관련 포스터와 병뚜껑 수거 가이드를 함께 제공하여 양질의 자원이 모일 수 있도록 자문할 예정이다.
로우리트 콜렉티브 앰버서더
인천광역시 티끌플라스틱 캠페인 플렉스제로 시즌 1.2 수거거점
시기(기간) | 자원순환품목 |
2020.10 | 종이쇼핑백, 종이완충재, 비닐완충재, 브리타필터 |
2021.03 | 종이쇼핑백, 종이완충재, 비닐완충재, 브리타필터, 투명비닐, PP/HDPE 재질의 병뚜껑, 화장품 빈용기 |
2021.04 | 종이쇼핑백, 종이완충재, 비닐완충재, 브리타필터, 투명비닐, PP/HDPE 재질의 병뚜껑, 멸균팩, 종이팩, 화장품 빈용기 |
2021.05 | 종이쇼핑백, 종이완충재, 비닐완충재, 브리타필터, 투명비닐, PP/HDPE 재질의 병뚜껑, 멸균팩, 종이팩, 화장품 빈용기, 폐건전지, 젤 아이스팩, 유리병 |
2021.07 | 종이쇼핑백, 종이완충재, 비닐완충재, 브리타필터, 투명비닐, PP/HDPE 재질의 병뚜껑, 멸균팩, 종이팩, 폐건전지, 젤 아이스팩, 유리병, PS/PP/PE 재질별 플라스틱 |
2021.08 | 종이쇼핑백, 종이완충재, 비닐완충재, 브리타필터, 투명비닐, PP/HDPE 재질의 병뚜껑, 멸균팩, 종이팩, 폐건전지, 젤 아이스팩, 유리병, PS/PP/PE 재질별 플라스틱, 양파망, 헌크레파스 |
2021.12 | 종이쇼핑백, 종이완충재, 비닐완충재, 브리타필터, 투명비닐, PP/HDPE 재질의 병뚜껑, 멸균팩, 종이팩, 폐건전지, 젤 아이스팩, 유리병, PS/PP/PE 재질별 플라스틱, 양파망, 헌크레파스, 운동화끈, 100%순면거즈&천 |
2022.03-04 | 한시적운영 k-pop CD (케이팝포플래닛 캠페인 수거거점), 충전선&멀티탭 등 폐전선 (선도주자 캠페인 수거거점) |
2022.03 | 종이쇼핑백, 종이완충재, 비닐완충재, 브리타필터, 투명비닐, PP/HDPE 재질의 병뚜껑, 멸균팩, 종이팩, 폐건전지, 젤 아이스팩, 유리병, PS/PP/PE 재질별 플라스틱, 양파망, 헌크레파스, 운동화끈, 카트리지토너 |
step1 | 자원 활용처 찾기, 자원 활용처에서 요청이 오거나 수거 공지를 띄움 |
step2 | 자원 수거 시 필요한 조건들 파악하기 |
step3 | 내용 정리해서 개인 SNS, 블로그, 매장에 공지하고 홍보함 |
step4 | 자원 가져오면, 자원 수거하는 이유와 의미, 사용처에 대한 설명하기 |
step5 | 자원 정리 및 보관 자원 정리 및 보관 |
step6 | 필요 시 세척하고, 매달 수거량 체크 |
step7 | 활용처로 발송 |
(1) 자원순환공간 변화
품목이 다양해지며 넓어진 자원순환공간
(2) 자원순환공간 안내
(1) 플라스틱
(2) 비닐/종이 완충재
(3) 종이 쇼핑백
(4) 우유팩 / 멸균팩
(5) 폐건전지
(6) 비닐봉지
(7) 크레파스
(8) 아이스팩 수거
(9) 브리타필터
(10) 유리병
(11) 제로웨이스트가게 모임 ‘도모도모’ 등을 통한 자원 수거 요청 시 단기간 수거거점으로 활동
동네 유명빵집 매니저와 인터뷰
Q. 우유팩, 멸균팩이 하루에 몇 개 정도 나오나요?
A. 대략 10-30개 정도 나옵니다. 빵을 만들 때 그때그때 달라요.
Q. 종이팩들은 어떻게 배출하고 계시나요?
A. 모아서 비닐팩에 한꺼번에 넣어서 배출하고 있습니다.
Q. 씻어서 말려서, 펼쳐서 내놓으시나요?
A. 빵을 만들고 일하는데 바빠서 그 정도까지 하고 있진 않습니다. 세척하고 말릴 시간이나 공간적 여유는 없어요.
Q. 한 달 정도 제가 모아서 대신 자원순환해드릴까 하는데 괜찮을까요?
A. 좋은 일 하시는데, 협조하겠습니다.
마을공간 이너프, 집 앞에서 시작하는 마을캠페인 핌피 자문
인천 모래내 전통시장 자원순환 캠페인 기획 및 운영
매장 내 자원순환 견학 진행
활동가들 프로젝트 지원 및 협업
성산 사회복지관 공공의 월경 프로젝트 수거장소 및 홍보 지원